극저온 보관 및 공급망 확보, 정부-업계 공조체계 구축해야
트윈데믹 시 접종 우선순위 등 변수 최소화 논의도 필수
대기업 유인책 ‘시급’…명분과 실리 챙길 ‘당근책’ 내놔야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국내 의약품 콜드 체인 물류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최근 정부가 3,000만명분의 코로나19 백신 물량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를 일선 의료현장에 안전하게 공급할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관련 인프라를 보유한 국내 제약사와 도매업체의 역량을 감안하면 특별한 걸림돌은 없을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다만 신속한 접종까지 가기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공조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에는 백신과 생물학적 제제를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는 제약사들이 대규모 의약품 콜드 체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제조사나 정부와 직접 백신 유통·공급 계약을 맺고 활동하고 있는 도매업체 상당수도 관련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상용화 된 코로나19 백신이 국내에 들어오더라도 공급을 하는데 있어 큰 무리는 없을 것이란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더구나 정부가 계획대로 3,000만명 분의 물량을 성공적으로 확보하더라도 이는 순차적으로 공급될 공산이 큰 만큼 유통 과정에서 과부하가 걸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개발 성공이 높게 점쳐지는 코로나19 백신 후보군의 초도 물량은 이미 행선지가 대부분 결정된 만큼 정부의 물량 확보 계획이 언제쯤 현실화 될 수 있을지 현재로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코로나19 백신 공급 일정이 9월 말에서 10월 초까지 물량이 풀리는 인플루엔자(독감) 백신과 같은 대규모 NIP(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 사업과 겹치게 되면, 일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정부와 업계 간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한정된 콜드 체인 인프라는 물론 병·의원 등의 백신 보관 장비까지 공유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극저온 상태에서 보관해야 하는 코로나19 백신이 상용화 될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콜드 체인 시스템이 일반적인 백신의 보관 온도인 영상 2~8도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유통업체의 운송·창고 시설은 물론 의료기관의 보관 장비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것.

여기에 코로나19 백신 공급이 독감 백신 접종 일정과 맞물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업계와 접종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에 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만약 두 백신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거나 일정 기간을 두고 접종할 경우, 독감 백신 제조사들의 실적 타격은 불가피하다.

아울러 탄탄한 유통망과 경쟁력 있는 콜드 체인 시스템을 갖춘 대기업들이 코로나19 백신의 공급에 적극 협조할 수 있도록 혹시 모를 피해 구제책이나 당근책도 정부가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만약 정부의 입찰가가 낮거나 제품 간섭 현상으로 실적에 피해를 입게 될 가능성이 있으면 이들의 참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데다 결국 중소형 도매사들에게 코로나19 백신 유통을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약업계 한 관계자는 “공적마스크 유통업체와 판매처 역할을 했던 일선 약국들이 국가적 재난 사태를 악용해 큰 폭의 유통·판매 마진을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국민들의 비판을 받은 사례가 있다”면서 “사기업 임에도 정부에 협조하고 여러 기회비용 손실까지 감수했는데 이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백신 유통 역량을 갖추고 있는 업체들도 향후 비슷한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며 “물론 업체들의 자유의사에 따라 정부 입찰에 참여하겠지만 아무래도 공적인 측면이 강한 사안이다 보니 대기업들이 이를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이러한 부분을 업계와 충분히 논의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려는 사전작업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