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코로나19 1년…제약사 재고 ‘현미경 분석’(下)
불어난 재고, 경영부담 ‘가중’…영업익 평균 19% 깎아먹어
셀트리온·한미·메디톡스·대웅 보수적 대응…‘재고 털어내기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곳간을 제 때 비우지 못한 제약사들의 손해 규모가 막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내노라 하는 제약기업 50곳의 피해 규모만 1000억 원대를 훌쩍 넘었다. 창고에 쌓아둔 재고 물량이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서 기업의 재고 자산 가치를 깎아 먹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곤두박질 친 재고자산의 가치는 영업이익에까지 고스란히 반영되면서 제약사들의 발목을 잡았다. 앞으로의 수익을 기대하고 비축해 놓는 재고 물량에 대한 전략적 관리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메디코파마는 우리나라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50곳에 대한 재고 자산의 손실 규모, 즉 평가손실액을 분석한 결과(2020년 3분기 기준), 당초 취득한 원가보다 4.5%(43개사, 1,992억원)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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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초 취득 재고 가치와 현 시가 차이...재고의 4.5% 수준

당초의 재고 물량 가치가 현재 시가와 5% 이상 차이가 벌어진 곳은 메디톡스(차이 27%), 셀트리온제약(17%), 동화약품(16%), 일동제약(12%), 한미약품(10%), 화일약품(6%), 하나제약(6%), 영진약품(6%), 종근당(5%), 동국제약(5%)이었다. 애초에 재고를 100억원에 취득했다면 현재는 그 가치가 5억원이상 빠져나갔다는 뜻이다.

원래의 재고 가치가 현 시가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인 곳은 메디톡스였다. 이 회사가 보유한 재고자산(423억원)의 약 27%(112억원)가 당초 매겨진 가격에서 한참 떨어진 것이다.

일동제약도 재고자산의 취득가에서 12%(119억원)가 감소했다. 다만, 앞서 회사가 재고자산의 평가 손실비용을 미리 잡아 놓은 만큼 당기에 처리한 비용은 4억원에 불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지난해 3분기까지 손해 규모가 확인된 41개사의 평균 손실 비율은 4.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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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점은 이들 기업들은 지난해 영업이익에서 재고 손실이 갉아먹은 비중이 약 19%에 달했다는 점이다. 당기 영업이익 100억원이 발생했다면 이 중 재고 손실로 인해 약 20억원 상당의 이익이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재고 자산의 가치하락이 지난해 제약사의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이유다.

작년 3분기까지 재고 폐기로 인해 당기 손실이 가장 컸던 곳은 셀트리온헬스케어였다. 이 회사가 손해 본 돈만 259억원이었다.

이어 셀트리온(203억원), 한미약품(155억원), 메디톡스(94억원), 대웅제약(92억원), 녹십자(67억원), 셀트리온제약(46억원), 종근당(45억원), 씨젠(40억원), 광동제약(38억원), 영진약품(29억원), 화일약품(24억원), 동화약품(19억원), 대원제약(14억원) 순으로 재고 폐기에 따른 당기 손실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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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재고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영업이익에서 손해를 본 곳들이 속출했다.

셀트리온제약은 지난해 7월 진천공장과 오창공장에 묶여있는 재고에 대해 전수 조사를 벌이고 실제 시가를 재무제표에 반영함으로써 3분기까지 31억원의 손해를 봤다. 이와 함께 재고자산의 폐기로 인한 손실도 15억원이 발생했다. 2중으로 46억원의 손해를 떠안은 셈이다.

셀트리온제약의 영업이익이 3분기까지 160억원인 점을 감안할 때, 만약 재고 손실이 없었다면 200억원 이상의 이익도 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한미약품도 재고의 현재 가치가 처음보다 10% 떨어졌다. 그 금액만 338억원 규모다. 회사는 이를 모두 과도한 재고자산(체화재고)으로 보고 폐기 대상으로 분리했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155억원을 지난해 손실로 처리했다.

한미약품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까지 71억원이었다. 재고 손실만 영업이익의 2배를 기록한 셈이다.

이처럼 회사는 본연적인 영업보다는 외적인 요소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일찌감치 거액의 손실을 반영해 놓은 만큼 올해 영점조정을 마친 상태로 출발선에 서게 됐다.

동화약품은 원래 재고의 가치에서 16%(75억원)가 증발했다. 이 중 21억원의 재고 폐기 손실을 반영했다. 이는 같은 기간 영업이익의 1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대웅제약 역시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타를 맞았다. 이 회사가 떠안은 재고자산과 폐기에 따른 손실 규모(92억원)가 영업이익(83억원)을 압도했다.

영진약품도 버려진 재고와 가치하락으로 인해 이익이 29억원 줄어들었다. 이는 회사의 영업이익(33억원)과 거의 같은 규모로, 이 회사의 이익이 감소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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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제약은 재고 덕에 오히려 이익이 났다.

사실 이 회사가 보유한 현재 재고 가치는 당초 취득가보다 3.1%(33억원) 떨어졌지만, 이미 지난 기에 손실액을 대거 반영하면서 3분기에는 오히려 13억원의 이익을 챙길 수 있게 됐다.

이처럼 현재 재고의 시가가 원래의 가치를 뛰어넘으면서 당기 이익이 발생한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90억원), 동아에스티(6억원), 명문제약(4억원), 우리들제약(2억원) 등이었다.

이렇게 하락한 재고의 가치를 미리 털어내고 갈 경우, 다음 결산기를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물론, 당장의 손실은 피해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재고자산 규모는 두 가지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며 “매출의 속도가 받쳐준다면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점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잠재적인 리스크로도 볼 수 있는 양면성이 있다. 재고자산의 특성상 보이지 않는 경영 부담이 있는 만큼 적정한 재고 관리 전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우리나라 제약바이오기업 가운데 재고로 인해 3분기까지 가장 많은 손실을 낸 곳은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이었다. 두 회사는 재고의 시가가 각각 260억원과 203억원이 떨어졌다고 보고 이를 장부에 기록했다.